마음 만은 봄.
한껏 들떴다가도 금세 가라앉는다, 오늘은 추웠다
분명한 사실이었고 내 피부 또한 바깥 온도에 바짝 일어나 있었다.
얇은 리넨 재질의 체크 셔츠와, 셔츠만큼 얇은 맥코트를 걸치고 나왔다.
턱 끝까지 들떠 추위도 모른 채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.
엄청난 집중과 임기응변이 필요한 일을 하는 날이지만, 나는 웃고 떠들었다.
많은 궤변 들을 토해냈고, 동료들에게 애교도 부렸다.
너무나 완벽하게 들떠있었다.
한 가지 아쉬운 것은 요즘의 고민거리가 스르르 지나쳤다는 것이다.
옷을 얇게 입고 나온 의미가 없었다.
14일 오전 4시 10분경 13일의 마지막 일정들을 마무리하고 잠을 청했다.
한동안 누운 채 잠을 청하지 못하곤 '왜 나는 돈이 필요한 것일까.'에 대해 고민을 했다.
사실 많은 이유가 있지는 않았으며, 그리 구체적이지도 않았다.
-하나, 단지~ -라는 표현으로 정의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.
이 부분은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의 정리를 해보려 한다.
결국 이틀간의 살인적인 일정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.
방금 전까지만 해도, 돈이 왜 필요할까라며
불과 몇 시간 뒤 오전 작업 활동을 미루려고 했는데 말이다.
작업실을 정리하면서
J가 선물해 준 보라색의 팬톤 머그컵을 한동안 바라보았다.
지금까지 선물로 받았던 모든 컵들은 재떨이가 되거나 커피 똥을 담는데 쓰였다.
하지만 그 컵은 내가 마시는데 사용된다, 오직 나만.
약간의 의미 부여를 하고 나니 더욱 아끼게 되었다.
실은, 만나 연이 시작된 기간은 짧지만 성인이 된 이후
보아온 수많은 사람들 중 몇 안 되는 "사람"이다.
그렇기에 닳아 없어질까 나 스스로 물가에 내놓은 아이, 엄마가 동시에 되어버린다.
며칠 전 홀짝거린 와인의 붉은 얼룩을 깨끗하게 닦고는 J의 감사의 메모가 적힌 티슈를
다시 정성스레 접어 넣어 정리했다.